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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가닉'에 해당되는 글 1건
2013.03.08 18:07

젊은 스님과 노승이 길을 가다 강을 건너지 못해 난감해하는 여인을 만났다. 젊은 스님이 망설이는 사이, 노승은 선뜻 그 여인을 업어서 강을 건너게 해주었다.


다시 가던 길을 한참 가다가 마침내 젊은 스님은 노승에게 “스님, 우리는 출가한 사람들인데 어찌 젊은 여인을 등에 업으실 수가 있습니까?”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노승은 “아, 그 여인 말인가? 나는 진작 그 개울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너는 아직도 업고 있느냐?”라고 답했다.


 

 

감정의 짐을 벗어라
 

‘자이가닉 효과(Zaigarnik Effect)’를 설명할 때 종종 인용하는 선불교의 우화다. 자이가닉 효과의 핵심은 우리 마음은 이미 완결된 일은 잊어버리지만 완결되지 않은 일은 계속 짐처럼 지고 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젊은 스님이 그 젊은 여인을 잊지 못한 이유는 그에겐 그 사건이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노승은 도움을 청한 자에게 도움을 주고 해야 할 일을 깔끔히 끝냈으니 쉽게 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것들을 살펴보면 대개 이 자이가닉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유도 자이가닉 효과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겪는 인간관계의 갈등들도 대개 자이가닉 효과 때문이다. 서로 주고받을 것을 다 교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도움에 대한 감사이든, 기여에 대한 칭찬이든, 아니면 부당함이나 잘못에 대한 사과든 말이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좋은 걸 좋게 받아들이는 거야 누가 반대하겠나? 하지만 이 말 속에는 ‘나쁜 것도 좋게 넘어가자’는 뜻도 담겨 있다. 즉 잘못을 그냥 묵인하기를 요구할 때 널리 사용되는 게 바로 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이다.

 

살다 보면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일이 있고 옳고 그름을 반드시 따져야 할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매사를 이런 태도로 대하다 보면 옳고 그름의 기준, ‘정의’가 사라진 세상이 도래하게 된다. 그런 세상에서는 힘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야만이 판을 치며 결국 죄다 나빠지게 되어 있다.

 

 

시시비비보다 이해가 먼저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
황희 정승은 자기 집 하녀들이 말싸움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의미와 상통하는 것 같지만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옳고 그름을 따져서는 안 될 일도 있기 마련이니까. 특히 감정이나 오해가 뒤섞인 문제들, 그리고 관점에 따라서 달리 보일 수 있는 일상의 문제들은 시비를 가릴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갈등도 마찬가지다. 어떤 갈등은 말도 안 되는 요구나 누군가의 명백한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다. 대개 잘못을 저지른 이는 상급자인 경우가 많다. 

하급자가 저지른 잘못은 즉시 상급자에 의해 지적당하고 시비가 가려져 해결되기 쉽다. 해결된 일은 편하게 잊혀진다. 반면에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저지른 잘못은 그냥 묵인하기 쉽다.

 

그 결과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각자의 마음속에 쌓인다.
당연히 당사자들의 마음은 무거워지고 불편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옳고 그름을 가린 후에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끝내는 것이다.

 

문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애매한 경우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가 딱히 사과해야 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애매한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는 역시 사과도 두루뭉술한 게 최선이다. 두루뭉술한 사과의 대표적인 예로 애니매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에 등장하는 바이킹 족들의 사과가 있다. 험악한 자연과 싸우느라 마음도 딱딱해진, 친자식에게도 좀처럼 자기 속을 드러내지 않는 이 동네 바이킹들은 칭찬에도 사과에도 인색하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사과는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때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안해, 전부 다. I’m sorry, for everything.”

 

비록 매우 모호한 사과이지만 진정성은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통해 전달하면 된다. 가끔은 이런 사과도 필요하다. 그게 상대의 짐을 덜어주고 내 마음도 가볍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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